
하루 10~15분. 요즘 제가 경제 뉴스에 쓰는 시간입니다. 예전엔 장중 내내 뉴스 탭을 열어두고 차트를 들여다봤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왜 이 주식을 들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졌습니다. 모든 뉴스에 대응하려다 계좌가 먼저 망가진다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시간을 줄이고 나서 바꾼 건 하나입니다. 뉴스마다 "이게 소음이야, 신호야?"라고 묻는 것.
구분하는 눈은 반복해야 생긴다
소음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흔들지만 중장기 방향은 바꾸지 못하는 정보입니다. 신호는 산업 구조나 기업 가치의 흐름을 바꾸는 정보입니다. 출근길에 뉴스를 훑고, 점심에 또 보고, 퇴근 후 유튜브 요약까지 챙기는데도 "이게 내 계좌에 무슨 의미지?" 앞에서 멍해진다면, 정보가 모자란 게 아닙니다. 걸러내는 기준이 없는 겁니다. 저도 딱 그랬습니다.
AI 규제를 둘러싼 '속도 조절론'이 나왔을 때 제 첫 반응은 "이거 진짜 AI 망하는 거 아냐?"였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속도 조절론은 개발을 멈추자는 게 아니라, AI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고가 많았다고 자동차를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기술이 먼저 가고 제도가 뒤따릅니다. 이 맥락을 알면 소음 쪽에 가깝다는 판단이 섭니다.
반대로 신호는 들어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GPT-3가 나온 2020년에는 사실상 개발자들만 쓸 수 있는 모델이었습니다. 그때 누가 "이거 곧 채팅으로 나와서 누구나 쓸 거야"라고 알려줬다면 저는 바로 투자했을까요?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신호로 알아볼 눈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거나, 오히려 "많이 올랐으니 조심해야지"라고 거꾸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정보의 값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학습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게 에이전트 AI라고 봅니다. 질문에 답하는 걸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써서 일을 끝내는 AI입니다. 개발자만 쓰던 GPT-3가 2022년 11월 챗GPT로 일반인 손에 쥐어졌던 순간과 구조가 닮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0월 20일 보고서에서 2026~2031년 연산,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약 7조 6천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봤습니다. AI가 혼자 일하는 시간이 늘수록 메모리와 전력 수요가 곱절로 불어나는 구조. 시장이 주목하는 신호는 이쪽입니다.
이 눈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며 패턴을 찾는 머신러닝처럼, 사람도 맞고 틀리기를 반복해야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이 훈련 없이 20년 치 뉴스를 봐도 제자리입니다.
첫 채점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제가 하는 방식은 별거 없습니다. 퇴근 후 뉴스 하나를 잡고 소음인지 신호인지 판단한 뒤, 그 판단을 적어둡니다. 기록하는 형식은 예전에 소개한 다섯 줄 일지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최근 2주 가까이 시장을 흔든 코어위브 신용 불안이 좋은 예였습니다. 저는 이걸 "AI 인프라 수요가 꺾였다는 신호"와 "한 회사의 재무 구조 문제"로 떼어서 봤고, 후자, 즉 소음에 가깝다고 적었습니다. 첫 채점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습니다. 10월 21일 스페이스X 3분기 실적에서 AI 부문 매출이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머스크는 "어디에도 칩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물론 한 번 맞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빅테크 실적으로 계속 확인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 훈련이 버겁다면 지수를 따라가는 ETF가 현실적인 답입니다. 개별 신호를 판단하지 않아도 시장 전체의 성장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MSCI 세계지수 같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장기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 7~10% 범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판단할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종목을 무리하게 들고 있으면 오히려 소음마다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지수 ETF를 기본으로 두고, 신호라고 판단한 테마에만 훈련 삼아 소액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씁니다. 틀려도 수업료가 크지 않고, 맞으면 판단력이 검증됩니다. 제 경우엔 멘탈 관리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왜 들고 있는지 근거가 있으니 단기 변동에 덜 흔들리더라고요.
20년을 투자한 사람들이 결국 하나만 남겼다고 했을 때, 그게 거창한 기법이 아니라 "소음과 신호를 구분하는 훈련"이라는 게 저에게는 꽤 위안이 됐습니다. 지금 잘 못 구분해도 괜찮다는 뜻이니까요. 저도 아직 틀립니다. 다만 틀릴 때마다 왜 틀렸는지를 짚어두는 것, 그게 쌓이면 달라집니다. 오늘 뉴스 하나에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정답은 나중에 나오지만, 질문하는 습관은 오늘부터 쌓입니다.
- AI 인프라 투자 전망: 골드만삭스 보고서 (Axios 보도, 2026.10.20)
- 스페이스X 3분기 실적: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 (2026.10.20, 미국 시간)
- '20년 투자자가 남긴 한 가지'라는 화두는 이 영상에서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