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만 원. 물가가 매년 2.5%씩 오른다고 할 때, 서랍에 넣어둔 100만 원이 20년 뒤에 사는 물건의 값어치입니다. 지폐에 적힌 숫자는 그대로인데 살 수 있는 것은 40% 가까이 줄어듭니다. 저도 머리로는 알면서 한동안 통장에 현금을 그냥 쌓아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매달 조금씩 돈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셈입니다.
거의 확실하게 일어나는 일 하나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금리가 어느 쪽으로 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의 확실하게 일어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현금의 구매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2000년 이후 대체로 연평균 2%대 중반씩 올랐습니다. 0%대였던 해도 있었지만, 2022년에는 5.1%까지 뛰었습니다. 가만히 들고 있는 현금은 매년 그만큼씩 깎여 나간다는 뜻입니다.
제가 참고한 영상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현금을 그냥 들고 있지 마라"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돈을 당장 주식에 넣으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예외가 두 가지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으로 바꿔둔 돈, 그리고 사고 싶은 자산을 기다리며 잠시 대기 중인 돈입니다. 문제는 이 둘을 뺀 '그냥 놀고 있는 현금'입니다.
저는 이 말을 잘못 받아들여서 한동안 주식을 꽤 충동적으로 샀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 대기자금이라는 개념이 있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현금을 빨리 자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기다리는 돈도 이자를 벌 수 있다는 관점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대기자금을 넣어둘 곳, 지금 금리로 비교하면
국내에서 대기자금을 넣어두는 대표적인 ETF는 두 가지 금리를 따라갑니다. CD금리와 KOFR입니다.
CD(양도성 예금증서)는 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예금증서인데, 일반 예금과 달리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습니다. 보통 91일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KOFR(한국 무위험 지표금리)는 국채나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루짜리 자금을 빌리고 빌려줄 때(RP 거래) 형성되는 금리입니다. 담보가 국채라 떼일 걱정이 거의 없어서 '무위험' 지표금리라고 부릅니다.
한국은행은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10월 22일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습니다. 그 다음 날인 10월 23일 CD 91일물 금리는 3.26%였습니다. 그날 종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상품 | 따라가는 금리 | 1주 가격 (10/23) | 특징 |
|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 CD 91일물 | 약 107만 원 | 총보수 0.02%, 한 주 단가가 높음 |
|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 CD 91일물 | 약 5만 8천 원 | 총보수 0.03%, 소액 분할에 편함 |
|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 KOFR | 약 11만 2천 원 | 총보수 0.03% |
| SGOV, BIL (미국 상장) | 미국 초단기 국채 | 달러로 매수 | 환율 변동, 해외 ETF 세금 적용 |
제가 직접 써봤을 때는 TIGER 쪽이 소액으로 나눠 사기에 훨씬 편했습니다. 주식을 사고 남은 현금을 이쪽으로 옮겨두고 기회를 기다리는 방식인데, 현금으로 그냥 놔둘 때보다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금액으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1천만 원을 연 3%에 두면 한 달에 약 2만 5천 원, 1년이면 약 30만 원입니다. 다만 일반 계좌에서는 이 수익에 15.4% 세금이 붙어서 손에 쥐는 건 25만 원 남짓입니다. 1억 원이라면 세후로도 250만 원 정도입니다. 계좌 이체 한 번으로 생기는 차이치고는 처음엔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금액이 커질수록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달러가 남았을 때는 SGOV나 BIL을 씁니다. 둘 다 만기가 3개월 이하로 남은 미국 국채만 담습니다. 만기가 이렇게 짧으면 10년물 금리가 요동쳐도 가격이 거의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3%대 후반이라 이자는 원화 상품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다만 원화로 바꿀 때 환율이 손익을 좌우합니다. 분배금에는 미국에서 15%를 떼고, 매매차익이 연 250만 원을 넘으면 22% 양도소득세가 붙습니다.
넣기 전에 알아둘 것
ETF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ETF 자산은 운용사가 아니라 수탁은행에 따로 보관되기 때문에, 운용사에 문제가 생겨도 자산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나 더 볼 것은 위 표의 국내 상품들 이름에 붙은 '합성'입니다. 증권사와 맺은 스와프 계약으로 금리 수익을 받는 구조라서, 아주 작지만 거래 상대방 위험이 있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0'은 아니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연금저축 계좌에서도 이런 국내 상장 ETF를 살 수 있습니다. 계좌 안에서 마땅히 살 게 없을 때 대기자금을 넣어두면 15.4% 세금을 당장 내지 않고 미뤄둘 수 있어서 꽤 효율적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단기채권 ETF(예: KODEX 단기채권PLUS)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만기가 더 길어서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소폭 손실이 날 수도 있습니다. 올해처럼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시기에는, 저라면 대기자금을 만기가 더 짧은 CD나 KOFR 쪽에 두겠습니다.
통장에 현금을 그냥 두는 게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매달 내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저는 조급하게 뭔가를 사들이기보다, 대기자금은 CD나 KOFR 상품에 넣어두고 여유 있게 시장을 보겠습니다. 3%대 이자로 물가를 크게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물가만큼은 따라가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 저는 그게 현금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2026.10.22), CD 91일물 금리·ETF 종가 및 총보수(2026.10.23, 한국거래소·각 운용사 공시),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 이 글은 이 영상의 이야기를 계기로 제 경험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