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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금리 5% 돌파, 범인은 일본일까 유가일까

binari 2026. 9. 19. 22:00

이 글은 2026년 9월 19일, 미국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9월 16일) 일본은행도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9월 18일) 직후에 썼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같은 주에 나란히 금리를 올린 셈입니다. 발행 이후 한 달 남짓 사이의 변화는 맨 아래 10월 업데이트에 덧붙였습니다.

저는 2024년 8월 엔캐리 청산 때 직접 손실을 봤습니다. 그 당시 종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계좌전체에서 손절했던게 대충 -26%정도 손실을 봤었죠. 그때 처음으로, 일본이 30년 가까이 전 세계에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돈을 빌려주고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그 뒤로 엔화와 미국 국채금리를 계속 지켜봤는데, 지금 시장이 흔들리는 게 전부 일본 탓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순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일본 초저금리 30년, 한눈에 보기

일본이 30년 가까이 0%대 초저금리를 유지했다는 건 단순한 통화정책 이야기가 아닙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자 일본은 엔고 불황을 막으려고 금리를 크게 낮췄고, 그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며 버블이 생겼다가 1990년대 초에 무너졌습니다. 이후 장기 불황 속에서 하나씩 꺼내 든 카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시점 일어난 일
1985년 플라자 합의 → 엔화 급등, 엔고 불황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금리 인하로 자산 버블 형성 → 버블 붕괴, 장기 불황 시작
1999년 세계 최초 제로금리 정책 도입
2001년 양적완화(QE) 도입
2016년 수익률곡선제어(YCC) 도입, 10년물 금리를 0% 안팎에 고정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와 YCC 종료
2024년 7월 기준금리 0.25%로 인상, 국채 매입 축소 계획 발표
2024년 8월 엔캐리 청산으로 글로벌 증시 급락 (제가 손실을 본 시점)
2025년 1월 / 12월 기준금리 0.5% → 0.75%로 인상
2026년 5월 10년물 국채금리 2.8%, 1996년 10월 이후 최고
2026년 6월 기준금리 1.0%로 인상
2026년 8월 10년물 국채금리 2.95%, 30년 만의 최고
2026년 9월 18일 기준금리 1.25%로 인상, 1995년 이후 최고 수준


용어 몇 가지만 짚고 가겠습니다. YCC란 10년물 국채 금리를 특정 수준에 묶어두려고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정책입니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중앙은행이 바로 채권을 사서 눌러버리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금리가 바닥에 붙어 있으니, 엔화를 싸게 빌려 미국 국채나 신흥국처럼 금리가 높은 곳에 넣는 투자가 유행했습니다. 이게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금리 차이만큼 앉아서 버는 구조라서, 일본은 사실상 전 세계의 ATM 역할을 해왔던 셈입니다.

2024년 3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와 YCC를 끝낸 건 물가가 2년 넘게 2%를 웃돌고 임금 인상까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가 몇 년 사이 30% 가까이 떨어진 것도 방어 필요성을 키웠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매달 약 5.7조 엔씩 사들이던 국채 매입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들고 있는 국채가 줄어드니 양적긴축(Q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일본은행은 2026년 6월 회의에서 이 감액을 2027년 3월까지만 이어가고, 그 뒤로는 월 2조 엔 수준에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장기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겁니다.

 

일본 돈이 빠지자 미국 국채가 흔들렸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넘게 들고 있는 최대 해외 보유국입니다. 2024년 8월에 손실을 보고 나서야 이 숫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이 큰 손이 팔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일본은행 자료를 보면 2026년 1분기에만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약 4.95조 엔어치 팔았습니다. 2025년에는 11월까지 미국 채권을 10조 엔 넘게 사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흐름이 완전히 뒤집힌 셈입니다.

환헤지 비용도 한몫합니다. 미일 금리 차가 가장 컸던 2023~2024년에는 헤지 비용이 연 5%를 넘어서, 환헤지를 하고 미국 국채를 들고 있으면 사실상 남는 게 없었습니다. 지금은 금리 차가 좁혀졌지만, 자국 국채 금리가 3% 가까이 오르면서 일본 기관 입장에서는 굳이 미국 채권을 들고 있을 이유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미국 재무부 통계로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6년 2월 약 1조 2,393억 달러에서 6월 약 1조 1,167억 달러로, 넉 달 만에 1,200억 달러 넘게 줄었습니다. 가격 하락분도 섞여 있어서 전부 매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그 사이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 금리는 5월 13일 5.046%로 2007년 이후 처음 5%를 넘었고, 8월 13일 입찰에서는 5.22%까지 올라 200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이 범인처럼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범인은 누구인가: 두 가지 가설

저도 처음엔 일본 금리인상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손실을 본 뒤였으니까요. 그런데 흐름을 계속 따라가 보니 일본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두 가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일본 요인 전쟁발 유가 요인
근거 최대 보유국의 미국 국채 매도, 엔캐리 청산 브렌트유 120달러대, 미국 PPI 6%, 금리 인하 기대 후퇴
약점 일본 국채금리도 미국과 유가를 따라 같이 오르고 있음 전쟁 소식이 잠잠한 날에도 금리가 오르는 경우가 있음
내 판단 불을 키운 기름 처음 불을 붙인 쪽


제가 더 주목하는 건 2026년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내는 고유가 구조입니다. 브렌트유는 4월 30일 장중 126달러를 넘어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4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0% 올랐습니다.

PPI는 생산 단계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재는 지표라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먼저 물가 방향을 보여줍니다. PPI가 오르면 머지않아 CPI도 오르고, 그러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연준은 이번 주(9월 16일)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3.75~4.00%로 올렸습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 머릿속 구조는 꽤 단순합니다. 전쟁이 공급망을 압박하고 →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 인플레이션이 고착되고 →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 장기 국채금리가 오릅니다. 일본 요인은 이 흐름에 기름을 부은 역할이지, 불을 처음 켠 존재는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일본 10년물이 2.8%를 찍은 날도, 현지 언론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 압력과 중동 사태 대응용 추가 예산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는 부분

AI 인프라 투자, 데이터센터 건설, 우주항공 산업처럼 실물 경제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시기에 금리까지 오르는 건 처음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제 파이가 커지는데 금리도 오른다면, 그 위에서 공급 충격이 거꾸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물론 정반대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기업들이 돈을 엄청나게 빌리고, 성장 기대가 커지니 실질금리가 오르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일부 자산운용사는 금리 상승 배경으로 AI 설비투자 붐을 직접 꼽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유가 쪽 비중이 더 크다고 보지만, AI 투자가 금리를 끌어올리는 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면, 유가가 내려가도 금리가 생각만큼 안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6년 10월 24일 업데이트

글을 올린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 솔직히 장기금리는 제 예상보다 더 빨리 올랐습니다. 미국이 이란의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협상 기대가 꺾였고, 브렌트유가 다시 106달러를 넘었습니다. 그 여파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9월 29일 장중 5.613%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10월 초에도 유가는 100달러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나마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9월 미국 비농업 고용이 2만 9천 명 증가에 그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10월에 또 올릴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대로 일본은행은 10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미일 금리 차가 더 좁혀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유가가 먼저 잡혀야 한다'는 제 생각은 그대로지만, 그 시점은 생각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27~28일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신호를 줄지가 다음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제가 매주 확인하는 지표 3가지

  • 브렌트유: 100달러 아래로 안정적으로 내려오는지. 이게 출발점입니다.
  • 미국 PPI: 매달 중순 발표. PPI가 꺾여야 CPI도 따라 꺾이고, 그래야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습니다.
  •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3%를 넘는지. 넘는다면 일본 자금의 본국 회귀가 한 번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30년 초저금리 종료는 분명히 구조적인 변화이고, 2024년 8월에 그 충격을 직접 맞은 입장에서 가볍게 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시장을 일본발 충격 하나로 설명하는 건 무리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유가와 PPI를 일본 국채금리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쟁 리스크만 걷히면 AI와 데이터센터가 만드는 성장 동력 덕분에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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