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베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느 쪽이 이기든 변하지 않을 것에 걸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ETF를 미리 샀고, 지금은 약간 수익이 난 상태입니다. 다만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 장이라 앞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늘 밤 미국에서 투표가 시작되고 한국 시간 내일 아침이면 윤곽이 나올 텐데, 그 전에 왜 반도체를 골랐는지, 그리고 만약 반도체를 사지 않았다면 어디를 봤을지를 적어 둡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AI는 남는다
선거를 앞두고 판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11월 2일 기준 전국 정당 지지율 평균은 민주당이 8.9%포인트 앞서고, 예측시장 칼시에서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확률을 94%로 봅니다. 상원은 접전 주가 많아 결과를 열어 봐야 하고, 여론조사가 2022년과 2024년에 빗나간 전례도 있습니다.
저는 이 확률 게임에 돈을 걸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두 당이 싸우면서도 같은 방향을 보는 곳이 어디인지 찾았습니다. 그게 AI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을 강하게 밀고 있고, 민주당도 AI 자체를 막자는 쪽은 아닙니다. 반도체 보조금, 제조 인센티브, 대중국 수출 통제는 어느 당이 의회를 잡아도 핵심 의제로 남는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양쪽의 공통분모가 반도체라고 봤고, 그래서 선거 전에 담았습니다.
다만 공통분모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10월에 봤듯이 반도체는 선거보다 빅테크의 투자 속도와 자금 사정에 훨씬 크게 흔들립니다. 지금 제 계좌가 매일 방향을 바꾸는 것도 선거 때문이 아니라 그 불안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라고 봅니다. 중간선거 이후 S&P500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앞서 쓴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도체를 안 샀다면 ESS를 봤을 것
만약 반도체를 사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 상황을 보고 저는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같은 ESS 쪽을 봤을 겁니다. ESS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설비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병목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금 데이터센터는 칩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기가 모자라서 못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력망을 새로 까는 데는 몇 년이 걸리니, 그 사이를 메우는 게 배터리입니다. 반도체 다음 순서가 온다면 전력, 그중에서도 ESS일 거라고 봤습니다. AI의 병목이 전력로 옮겨간 이야기는 스페이스X 실적 글에서 다뤘습니다.
둘째, 민주당은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민주당이 이기면 태양광과 풍력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고,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해서 ESS가 반드시 따라붙습니다. 반도체 다음이 ESS이고, 민주당 승리가 그 경로를 앞당긴다는 게 제 사견이었습니다.
실제 숫자도 이 방향을 가리킵니다. 삼성SDI는 3분기 영업이익 4,078억 원으로 전 분기의 두 배를 넘겼고, 올해 미국에서만 60GWh 넘는 ESS 주문을 받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ESS 매출이 1년 전의 4.6배로 늘어 전체 매출의 20% 후반을 차지했고, 하이퍼스케일러가 최종 고객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수주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에는 구멍이 있다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가 제 가정 하나가 흔들렸습니다. "ESS는 민주당 테마"라는 전제입니다.
| 구분 | 공화당 쪽 | 민주당 쪽 |
| AI·반도체 | 행정부가 강하게 지원, 보조금·수출통제 유지 | 산업 자체는 지지, 빅테크 견제 목소리 |
| 전력 공급 | 가스·원전 중심의 '모든 에너지' 전략 | 재생에너지 복원, 전기요금 억제 강조 |
| ESS 세액공제 | 2025년 감세법에서 태양광·풍력은 줄였지만 저장장치는 2033년 착공분까지 유지 | 원래 도입한 쪽, 확대 가능성 |
| 데이터센터 | 지역구 전기요금·물 사용 반발로 일부 후보 회의적 | 전기요금 인상 책임을 공화당에 묻는 전략 |
작년 7월 공화당이 통과시킨 감세법은 태양광과 풍력 세액공제를 크게 깎았지만, 배터리 저장장치 공제는 2033년 착공분까지 살려 뒀습니다. 배터리는 재생에너지만큼 정치적으로 갈리는 사안이 아니었고, 공화당 지역구에 배터리 공장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국산 부품을 쓴 배터리는 공제에서 빼는 조건이 붙어, 한국 업체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니 ESS는 민주당이 이겨야만 가는 테마가 아니라, 이미 양쪽 모두가 건드리지 않기로 한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반대로 걸리는 점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데이터센터는 양당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전기요금이 오르고 물을 많이 쓴다는 반발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이걸 공화당 책임으로 몰고 공화당 후보 일부도 지역구에서 데이터센터에 등을 돌렸습니다. 민주당이 크게 이기면 빅테크 견제가 강해져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반도체와 ESS 모두에 좋은 일은 아닙니다. 제 사견이 맞으려면 "민주당 승리 → 재생에너지 → ESS"라는 경로가 "민주당 승리 → 빅테크 견제 → 투자 둔화"보다 세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어느 쪽이 이길지 모르겠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선거 결과가 아니라 양당의 공통분모에 걸었고, 그게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가 아니었다면 ESS를 봤을 텐데, 자료를 뒤져 보니 ESS는 제 생각보다 선거와 덜 묶여 있었고 데이터센터 반발이라는 변수는 제 생각보다 더 묶여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 결과가 나오면 당장 계좌를 움직이기보다, 전기요금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쟁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를 먼저 볼 생각입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금 들고 있는 반도체는 당분간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정말 ESS인지는, 선거가 아니라 빅테크의 전력 계약 뉴스가 말해 줄 겁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닌 개인 생각과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업데이트(11월 4일): AP 집계 기준 민주당이 하원 228석, 상원 54석(무소속 2명 포함)으로 양원 모두 과반 기준선을 넘었습니다. 예측시장이 가리키던 방향대로였고, 반도체는 글에 적은 대로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와 예측시장 수치는 Forbes(2026.11.2), 선거와 AI 전력 정책은 IG(2026.10.23), 저장장치 세액공제는 Semafor(2025.7.22),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은 CEO스코어데일리(2026.10.29)와 데일리안(2026.7.30)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