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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싼데 김장은 왜 비쌀까, 새우젓 30%의 착시

binari 2026. 11. 8. 23:21

올해도 집에서 "재료 가격 좀 알아봐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 집에서 이 말은 사실상 김장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매년 빠짐없이 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배추값이나 다른 재료값은 생각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젓갈이 많이 올랐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뉴스 제목만 보면 올해 김장이 비싸질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요? 찾다 보니 김장 물가에는 우리가 물가를 느끼는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작년엔 사 먹는 게 나아 보였다

작년 이맘때는 김장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가 많아서, 저는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김장을 하자는 쪽으로 정해졌습니다. 이유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 좀처럼 없으니, 김장 날이라도 모이자는 거였죠.

경제학으로 보면 꽤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계산서만 놓고 보면 포장김치가 비슷하거나 더 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장은 김치만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보내는 하루를 같이 사는 일이기도 합니다. 포장김치 가격표에는 그 하루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늘 가장 싼 쪽을 고르지 않는 건, 가격에 안 잡히는 가치를 함께 따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집이 우리 집 같지는 않습니다. 올해 직접 김장하는 가구는 열 집 중 여섯 집 정도로, 1년 사이에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시장 상인들 말로는 젊은 층은 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아예 완제품 김치를 산다고 합니다. 모일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김장이라는 "가족 행사"의 값도 집집마다 다르게 매겨지고 있는 셈입니다.

 

해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김장 물가

작년에 김장이 비싸다고 느낀 게 착각이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답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한국물가정보는 작년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전통시장 기준 2.1% 올랐다고 했고, aT는 할인을 반영해 5.6%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같은 김장인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어떤 품목을 얼마나 넣는지, 할인을 넣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 겁니다.

그럼 제가 느낀 "올랐다"는 어디서 왔을까요. 작년 김장의 주인공은 배추였습니다. 가을장마와 병해로 전통시장 배추 20포기 값이 20%나 뛰었으니까요. 반면 새우젓은 오히려 내렸습니다. 올해는 정반대입니다.

품목 작년 김장철 올해 김장철
배추 가을장마·병해로 상승 생산 증가로 1년 전보다 20%대 하락
새우젓 하락 1년 전보다 25~34% 상승
전체 비용 기관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엇갈림 공식 발표 전


새우젓이 오른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수협 관계자 설명으로는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해파리가 늘었고, 그 해파리가 새우 그물에 함께 걸리면 무게 때문에 그물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조업에 지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김장 물가가 바다 온도와 이어져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건, 우리가 물가를 느낄 때 전체 평균이 아니라 그해 가장 크게 움직인 품목 하나를 기억한다는 점입니다. 작년엔 배추였고, 올해는 새우젓입니다. 뉴스 제목도 늘 그 품목을 앞세웁니다. 숫자 하나에 끌려가지 않고 뉴스를 읽는 법은 경제 뉴스 읽는 법 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금값 새우젓, 지갑에는 얼마나 영향을 줄까

그래서 직접 대충 계산해 봤습니다. 10월 말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1년 전보다 1,200원 정도 쌉니다. 20포기를 담그면 배추에서만 2만 4,000원쯤 아끼는 셈입니다. 새우젓은 1kg에 3,900원 정도 올랐습니다. 집마다 다르지만 김장에 새우젓을 1~2kg 쓴다고 하면 더 드는 돈은 4,000~8,000원 정도입니다.

물론 마늘처럼 오른 재료도 있고 집마다 양념 배합이 달라서 정확한 계산은 아닙니다. 그래도 방향은 보입니다. 상승률로는 새우젓이 압도적이지만, 김장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배추가 훨씬 큽니다. "새우젓 30% 폭등"이라는 제목은 무섭게 들려도, 지갑 기준으로는 배추에서 아낀 돈이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승률과 실제 부담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계산을 해 보고 나니 올해는 작년만큼 "사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집에서 또 재료 가격을 알아보라고 한 걸 보면 올해도 김장은 하게 될 것 같고요.

 

결국 김장을 할지 말지는 가격표만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겁니다. 다만 물가 뉴스를 볼 때 "몇 % 올랐다"보다 "내 장바구니에서 얼마나 차지하는가"를 먼저 따져 보는 습관은 이번 김장 덕분에 하나 생겼습니다.

여러분은 김장하시나요, 아니면 포장김치를 사 드시나요?

 

올해 김장 재료 가격과 직접 김장 가구 조사는 경향신문(2026.11.3)과 뉴스토마토(2026.11.4), 작년 김장 비용은 세계일보(2025.11.16, 한국물가정보)와 aT 발표 보도(2025.11)를 참고했고, 배추·새우젓 비용 차이는 이 수치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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