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다시 1억 원을 넘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올해 초엔 "이번엔 좀 다르겠지" 기대했다가 계속 지지부진한 흐름에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안 올랐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다시 오르는지 자료를 뒤지며 정리해봤습니다. 두 가지 하락 원인과 지금 상승을 이끄는 구조적 흐름,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AI 수급 쏠림이 비트코인을 밀어냈다
작년 초부터 국내외 시장에서 유독 AI 관련 종목들이 날아오를 때, 비트코인은 왜 그 분위기를 같이 타지 못했을까요. 제가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바로 ETF 자금 흐름이었습니다.
ETF(상장지수펀드)란 특정 자산이나 테마를 묶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금융 상품입니다. 비트코인 ETF는 2024년 1월 미국에서 승인되며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였고, 2024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60빌리언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대단한 성과처럼 보이죠.
그런데 같은 기간 AI 관련 ETF에는 10빌리언 달러가 들어간 데 그쳤습니다. 비트코인이 훨씬 앞선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202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 ETF에서는 오히려 5빌리언 달러가 순유출됐고, AI ETF에는 46빌리언 달러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출처: BlackRock ETF 리서치).
이 시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뛰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에이전트 AI 시대가 열리면서 대규모 메모리 수요 기대감이 반도체로 돈을 몰았고, 비트코인은 완전히 그 그늘에 가려졌습니다. 제 경험상 시장은 항상 "지금 제일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주인공이 AI였던 겁니다.
- 2024.01~2025.09: 비트코인 ETF 순유입 약 60빌리언 달러
- 2025.10~현재: 비트코인 ETF 순유출 -5빌리언 달러 / AI ETF 순유입 +46빌리언 달러
- AI 수급 쏠림이 비트코인 가격 정체의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
스트래티지의 약속 파기가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스트래티지(Strategy)라는 회사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외부 차입과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는 곳입니다.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나 외부 투자자에게 새 주식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84만 개 가까이 사들였으니 규모가 상당하죠.
문제는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올해 6월에 32개를 매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비중으로 치면 전체의 0.004%에 불과하지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숫자가 아니라 "약속을 깼다"는 신뢰 훼손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자료를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후 7월에 3,588개, 8월에 1,637개, 1,690개를 추가 매도하면서 실망감이 누적됐습니다.
스트래티지가 발행한 STRC라는 우선주 상품도 문제를 키웠습니다. STRC는 연 10% 수준의 고정 배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품인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자 STRC 주가도 고점 대비 71%까지 폭락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트래티지가 이자를 못 갚으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가 퍼졌고, 이것이 비트코인 하락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습니다.
다만 최근 STRC가 95달러 수준까지 회복하면서 "당장 망할 회사는 아니겠구나"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래티지에 대한 파산 우려가 완화됐다는 것, 이게 비트코인 반등의 두 번째 배경입니다.
디베이스먼트 우려가 비트코인을 다시 부른다
그렇다면 지금 비트코인은 왜 오르는 걸까요. 제가 최근 자료들을 훑어보면서 가장 설득력 있다고 느꼈던 키워드는 디베이스먼트(Debasement)입니다. 디베이스먼트란 법정화폐, 즉 정부가 발행한 화폐에 대한 신뢰가 점차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풀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국 정부 자체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미국 연방 정부 부채가 최근 4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출처: U.S. Treasury Fiscal Data). 코로나 때 20조 달러가 넘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 배가 됐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국채 바이백을 언급하고 수익률 곡선 개입을 시사하는 등 비정상적인 정책 카드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은 "미국이라는 나라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바이백(Buyback)이란 정부가 이미 발행한 장기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작업을 말합니다. 장기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단기채를 새로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인데, 이게 반복되면 단기채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미국 재정의 핵심 과제가 됩니다. 이 흐름 속에서 금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오르는 구도, 이게 바로 디베이스먼트 국면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연결고리가 된 이유
이 구조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는 존재가 떠오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등 법정화폐에 1:1로 가치를 연동시킨 디지털 화폐입니다. 쉽게 말해 "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진 암호화폐"인데, 이게 단기국채 수요와 직접 연결됩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발행액 만큼의 달러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그 담보의 상당 부분이 미국 단기국채입니다. 즉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단기국채를 사주는 주체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이백 구조에서 미국이 단기채 수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니,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는 미국 입장에서 전략적 이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클라리티 법안(Clarity Act)이 주목받는 겁니다. 클라리티 법안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규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법안인데, 통과될 듯 말 듯 계속 지연되다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미국이 자국 재정 문제 해결에 필요한 법안을 그냥 놔두는 경우는 드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구조적으로 팽창할 수밖에 없고, 이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수급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비트코인의 1,000일 상승·1년 하락 사이클이라는 역사적 패턴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과거 패턴이 항상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여러 요인이 맞물린 이 시점이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트코인이 금리 오르는 시기에도 오를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한 금리 흐름보다 미국 정부 신뢰도 자체가 흔들리는 디베이스먼트 국면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오르는 현재 패턴이 그 방증입니다. 금리 변수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습니다.
Q.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할 가능성은 없나요?
A.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84만 개 보유분 중 실제 매도량은 아직 극히 일부이고, STRC 주가가 최저점 대비 회복하면서 당장의 대량 매도 압력은 줄어든 상황입니다. STRC 주가 동향이 스트래티지 리스크를 가늠하는 실질적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Q.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통과되면 비트코인에 직접 영향이 있나요?
A. 직접적이라기보다 간접적 영향입니다. 클라리티 법안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규모가 커집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제도적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시장에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Q. 비트코인 1,000일 상승 패턴이 이번에도 적용될까요?
A. 제 경험상 과거 패턴은 참고 지표일 뿐 보장된 미래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상승에는 수급 회복, 디베이스먼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복수의 요인이 겹쳐 있어 단순한 사이클 반복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투자 판단 시 하나의 참고 요소로만 활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비트코인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AI 수급 쏠림으로 자금이 이탈했고, 스트래티지의 약속 파기가 신뢰를 갉아먹었습니다. 반면 지금 오르는 이유는 미국 정부 부채 문제에서 비롯된 디베이스먼트 우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라는 구조적 흐름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지금의 비트코인 상승은 단순한 투기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미국 재정 구조와 암호화폐 생태계가 묘하게 연결되는 국면입니다. 지금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스트래티지 동향, STRC 주가, 클라리티 법안 진행 상황을 함께 지켜보시면서 본인 판단의 근거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도 그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