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이었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고요. 그러다 워런 버핏 이야기를 다시 곱씹게 됐는데, 11살에 시작해서 96세에 은퇴할 때까지 85년을 굴린 사람의 말이라 그런지 무게가 달랐습니다. 복리효과, 가치투자, 조기투자 — 이 세 가지가 왜 중요한지 제 경험을 섞어 정리해봤습니다.
11살에 시작한 남자 — 조기투자가 만든 240조
워런 버핏이 주식을 처음 산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십니까? 저도 처음 들었을 때 좀 황당했습니다. 11살이었습니다. 미국 나이 기준이니 한국 나이로 치면 12살쯤이겠죠. 아버지가 증권 관련 일을 했다는 배경이 있긴 했지만, 그 나이에 주식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매수했다는 건 분명 평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는 96세에 은퇴했습니다. 계산하면 무려 85년을 시장에 머문 셈입니다. 그 결과 자산은 약 240조 원에 달했고,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 버핏이 운영하는 지주회사 — 의 1965년부터 2025년까지 60년 누적 수익률은 600만 %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가 약 46,000% 오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됩니다(출처: Berkshire Hathaway 주주 서한).
여기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그의 자산 중 약 90% 이상이 60세 이후에 불어났다는 사실입니다. 60세 당시 자산이 약 30조 원이었는데, 이후 60대에서 90대 사이에 210조가 추가로 쌓인 겁니다. 이게 바로 복리효과(Compound Interest Effect)의 본질입니다. 복리효과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원리를 말합니다. 눈덩이가 작을 때는 굴려도 표가 안 나지만, 커지고 나면 같은 경사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커집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주식은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저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투자 개념을 배운 적이 없었고, 시작도 늦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진심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시간이야말로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데, 저는 그 무기를 꽤 늦게 잡은 셈이니까요.
멋진 기업을 좋은 가격에 — 가치투자의 진짜 의미
버핏 하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멋진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라." 처음 들으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이걸 실제로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직접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저도 못 지켜봤거든요.
가치투자(Value Investing)란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시점을 찾아 매수하는 투자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1만 원짜리 물건이 6천 원에 나왔을 때 사는 겁니다. 버핏의 초기 투자 철학은 이보다도 더 극단적이었습니다. 그는 '담배꽁초 투자'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했는데, 남이 피다 버린 꽁초를 주워 마지막 한 모금을 빠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싼 값에 사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파트너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영향을 받으면서 철학이 진화합니다. 찰리 멍거는 "싸구려 기업을 싸게 사지 말고, 좋은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라"는 말을 남겼고, 이게 버핏의 평생 투자 원칙이 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변화가 그를 단순한 투자자에서 진짜 부자로 만든 전환점이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196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는 대규모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죠. 그런데 버핏이 직접 확인해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쓰고 있었습니다. 본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그는 주저 없이 매수했고, 거의 60년을 보유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게 바로 가치투자의 교과서적인 예입니다.
또 하나 유명한 사례가 시즈 캔디(See's Candies)입니다. 1972년에 약 300억 원을 주고 인수한 이 캔디 회사는 당시 연 50억 원을 버는 규모였습니다. 6년치 수익을 주고 산 거죠. 그런데 부활절마다 사람들이 이 캔디만 찾더라는 경험을 보고 브랜드 충성도를 확신한 겁니다. 지금 시즈 캔디의 연간 수익은 약 1,400억 원에 달합니다(출처: 시즈 캔디 위키피디아).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기 사건으로 반토막 난 주가 → 본업 건재 확인 후 매수 → 60년 보유
- 시즈 캔디: 연 50억 수익 기업을 300억에 인수 → 브랜드 충성도 확신 → 현재 연 1,400억 수익
- 2008년 금융위기: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붕괴 직전 → 버핏이 쩐주로 등장, 헐값에 우선주 확보
복리 스노우볼 — 눈덩이가 커질수록 벌어지는 격차
복리를 설명할 때 흔히 눈덩이 굴리기에 비유합니다.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라고도 하는데, 이는 작은 눈덩이가 구르면서 눈을 묻혀 점점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투자 원금이 클수록 같은 수익률에서도 절대 금액의 차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는 개념입니다.
숫자로 보면 더 와닿습니다. 100만 원에서 1%는 만 원입니다. 1억 원에서 1%는 100만 원이고, 5억 원에서 1%는 500만 원입니다. 같은 1% 수익률인데 손에 쥐는 금액이 완전히 다릅니다. 버핏의 자산 90% 이상이 60세 이후에 늘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수익률이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 굴리는 눈덩이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지른 실수 중 하나가 이겁니다. 전 재산을 투자에 넣지 않고, 몇만 원씩만 찔러보는 식으로 했습니다. 수익이 나도 만족스러운 금액이 아니고, 손실이 나도 별로 안 아프니 진지하게 공부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투자 자산 자체를 키우는 게 수익률보다 먼저라는 걸 꽤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얼마나 큰 시드(Seed Money — 투자에 사용하는 초기 자본금을 뜻합니다)를 굴리고 있느냐가 장기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버핏이 일찍 시작하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수익률 1% 차이보다 10년 일찍 시작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버핏도 실패했다 — 덱스터 슈즈와 IBM이 남긴 교훈
버핏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성공 사례만 줄줄 나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도 제법 큰 실패를 겪었거든요. 그리고 그 실패에서 나온 말들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교훈을 줍니다.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는 1993년의 덱스터 슈즈(Dexter Shoes)입니다. 당시 미국에서 뜨고 있던 신발 브랜드였는데, 버핏은 약 6,600억 원(4억 3천만 달러)을 주고 인수했습니다. 문제는 결제 방식이었습니다. 현금이 아닌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발행해서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를 했습니다. 덱스터의 사업 자체는 결국 경쟁에서 밀려 1999년에 전액 손실 처리됩니다.
그런데 버핏이 정말 후회한 건 6,600억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넘긴 버크셔 주식이 버크셔 전체의 약 1.6%였는데, 지금 기준으로 그 가치가 약 30조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안 좋은 회사 하나 사느라 30조짜리 자산을 그냥 준 셈이 된 겁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건 진짜 아깝습니다.
또 다른 실패 사례가 IBM입니다. 기술주 투자를 거의 하지 않던 버핏이 2016년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즉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말합니다)를 느끼며 IBM을 매수했습니다. 빅테크 중 그나마 저평가된 것 같다는 판단이었는데, 주가는 횡보를 거듭했고 2018년에 손절했습니다. 수익은커녕 기회비용만 날린 케이스입니다. 제가 보기엔 버핏도 자기 원칙에서 벗어났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되는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워런 버핏은 주식을 몇 살에 시작했나요?
A. 미국 나이 기준으로 11살에 첫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한국 나이로는 12살 정도에 해당합니다. 아버지가 증권 관련 업무를 했던 환경적 영향이 있었으며, 96세 은퇴까지 약 85년을 투자했습니다.
Q. 복리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차이를 만드나요?
A. 버핏의 사례가 가장 직관적인 답입니다. 그의 전체 자산 중 90% 이상이 60세 이후에 불어났습니다. 60세 시점 자산이 약 30조였는데, 이후 약 210조가 추가로 쌓였습니다. 수익률이 좋아진 게 아니라 굴리는 원금 자체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원금이 클수록 절대 금액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집니다.
Q. 가치투자는 어떻게 실천하면 되나요?
A.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본업이 탄탄하고 경쟁우위가 있는 기업을 골라야 합니다. 둘째, 그 기업이 외부 충격이나 일시적 악재로 주가가 크게 빠졌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것입니다. 버핏이 현금을 항상 넉넉히 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좋은 가격을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Q. 버핏의 투자 중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는 무엇인가요?
A. 1993년의 덱스터 슈즈(Dexter Shoes) 인수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약 6,600억 원 규모의 인수였는데, 현금이 아닌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으로 결제한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 주식이 지금 기준으로 약 30조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버핏 본인도 이를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꼽습니다.
결론
워런 버핏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가 다시 한번 느낀 건, 투자에서 '언제 시작했느냐'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투자를 배웠더라면 지금쯤 눈덩이가 좀 더 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도 부동산 중심의 자산 인식에서 금융 투자 쪽으로 조금씩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중요한 건, 자녀나 조카에게 주식 선물이나 펀드 개설을 통해 일찍부터 복리 스노우볼을 굴릴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미 시작한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높은 수익률을 쫓기보다, 좋은 기업이 흔들릴 때를 기다리는 인내를 기르는 것이 더 실질적인 연습이 될 겁니다. 저도 여전히 연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