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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안 팔면 다 같이 오를까 (게임이론, 소액주주, 거버넌스)

binari 2026. 10. 5. 00:54

솔직히 저는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했습니다. "다 같이 안 팔면 주가는 계속 오르는 거 아닌가?" 당시에는 제 나름대로 꽤 합리적인 발상이라고 믿었는데, 실제로 시장에서 몇 번 당하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알았습니다. 결국 주식 시장은 약속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목적이 충돌하는 곳입니다.



소액주주와 대주주, 목적 자체가 다르다

제가 주식을 하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게 있습니다. "나는 왜 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 막연하게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돈으로 궁극적으로 뭘 하려는지는 딱히 정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저의 경우엔 노후 대비가 첫 번째였고, 그다음은 여윳돈을 굴려서 언젠가 집을 사는 데 보태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여행이든 결혼이든 비상금이든, 대부분의 소액주주(Minority Shareholder)는 주식 바깥에 진짜 목적이 있습니다. 소액주주란 기업의 지배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일반 투자자를 말합니다.

반면 대주주(Majority Shareholder), 즉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대량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이들에게 주식은 팔아서 현금화할 자산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고 배당을 받고 또 다른 사업을 연결하는 기반입니다.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면 더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목적의 차이가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문제로 이어집니다. 거버넌스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되는지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대주주 입맛대로 결정이 내려지면 소액주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저평가를 받아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거버넌스 문제였습니다. 출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I)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 독립성 지수는 글로벌 평균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거버넌스가 개선된다는 뉴스가 나오면 외국인 기관이 먼저 움직이는 게 보였거든요.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논의가 나올 때마다 대형주 위주로 반응이 먼저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액주주는 그냥 뒤늦게 따라붙는 구조라는 걸 그때 처음 체감했습니다.

  • 소액주주의 목적: 시세차익 실현 후 현금화 → 결국 언젠간 반드시 판다
  • 대주주의 목적: 지배권 유지, 배당 수취, 연관 사업 활용 → 팔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 기관투자자(자산운용사): 운용 성과 평가를 받기 때문에 패시브 자금 외에는 매도 압력이 항상 존재한다
  • 헤지펀드: 공매도(Short Selling)라는 방식으로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어, "안 파는" 합의 자체를 무너뜨리는 주체가 된다
요약: 소액주주와 대주주는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이 근본적으로 달라서, "모두가 안 판다"는 합의는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게임이론이 증명하는 것, 결국 파는 게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의리 있게 안 팔면 다 같이 이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가 작동하려면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걸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게임이론(Game Theory)입니다. 게임이론이란 여러 주체가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찾는 의사결정 이론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쉬(John Nash)의 연구로 유명해졌으며, 주식 시장처럼 수많은 참여자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출처: 노벨상 위원회(Nobel Prize)

간단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투자자 A와 B가 "절대 안 판다"고 약속했습니다. 둘 다 지키면 5씩 법니다. 그런데 B가 몰래 팔아버리면 B는 10을 버는 반면, 신의를 지킨 A는 큰 손실을 입습니다. 반대로 내가(A가) 먼저 팔면 B가 들고 있다가 손해를 봅니다. 이 구도에서 A의 최선 선택은 B가 팔든 안 팔든 무조건 파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핵심입니다. 내쉬 균형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의 선택을 고려했을 때 자신이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안정적인 균형 상태를 뜻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논리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특정 테마주가 급등할 때 커뮤니티에서 "다 같이 홀드(Hold)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도를 시작하면 개인투자자들이 순식간에 패닉셀(Panic Sell)을 쏟아냅니다. 패닉셀이란 공포 심리로 인해 합리적 판단 없이 급하게 매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론에서 보던 게 실제 호가창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걸 봤을 때, 경제학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강제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파는 행위에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면 됩니다. 주식 시장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Financial Supervisory Service)과 같은 규제 기관입니다. 시세조종, 불공정 거래, 작전 세력에 대한 처벌이 강해질수록 이탈 유인이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단, 이건 패널티를 부과해서 막는 것이지, 자발적 합의가 유지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요약: 게임이론의 내쉬 균형에 따르면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파는 것"이 개인에게 최적 전략이며, 자발적인 "안 팔기" 합의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게임스톱(GameStop) 사태처럼 개인들이 뭉치면 안 되나요?

A. 2021년 게임스톱 사례는 분명히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 당시에도 결국 먼저 판 사람이 수익을 챙기고, 뒤늦게 합류하거나 끝까지 들고 있던 사람이 손실을 입는 구조로 끝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내쉬 균형이 깨지지 않았고 단지 타이밍이 달랐을 뿐입니다.


Q. 장기 투자하면 안 팔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A. 10년, 20년 장기 보유도 결국 어느 시점에는 매도라는 출구를 전제로 합니다. 제가 직접 생각해보니 배당 수익만으로 생활이 완전히 해결되는 수준이 아닌 한, 소액주주는 언젠가 반드시 팔게 되어 있습니다. "장기 투자니까 나는 안 팔 수 있다"는 건 방향이 다를 뿐, "절대 안 판다"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거버넌스랑 무슨 관련이에요?

A.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가 해외 동종 기업보다 낮게 평가받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랫동안 국내 기업들이 소액주주보다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온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낮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거버넌스가 개선될수록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이 맥락에서입니다.


Q. 공매도가 "안 팔기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드나요?

A. 공매도(Short Selling)란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싼 값에 다시 사서 갚는 전략으로, 주가 하락에서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치면 시장에 매도 압력이 생기고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가 흔들립니다. 즉, 개인들이 "안 판다"고 약속해도 공매도 세력이 외부에서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 합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결론

"다 같이 안 팔면 주가는 오른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전제가 성립하려면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그건 현실에서 불가능합니다. 소액주주와 대주주는 목적이 다르고, 기관투자자는 성과 압박을 받고, 헤지펀드는 하락에도 베팅합니다. 게임이론은 그걸 수학적으로 증명할 뿐입니다.

정리하면, 주식 시장에서 "의리"는 상대에게는 10을 주고 나는 -10이 되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시장에 참여할 때 "왜 사는가"보다 "왜 팔아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본인의 투자 목적과 매도 시점을 미리 설계해두는 것, 그게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36W0rM3k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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