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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당일 코스피 장중 400포인트 급등락, 오전에 팔았다면

binari 2026. 11. 4. 23:27

장이 열리고 한 시간도 안 돼 화면이 빨갛게 바뀌었습니다. 전날 밤 AMD 실적을 발판으로 미국 반도체주가 강했던 덕에 코스피는 3%대 상승으로 출발해 5,800선을 되찾았는데, 중간선거 개표 결과가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5,400선까지 밀렸습니다. 고점에서 400포인트 넘게 빠진 셈이고, SK하이닉스는 장중 6% 가까이 내려갔습니다. 분명 플러스였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이걸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종가는 0.62% 오른 5,683.80이었습니다. 오전에 팔았다면 오후 반등을 고스란히 놓쳤을 하루였습니다.



오전 급락의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다

오후에 확인해 보니 개표 결과는 어제 글에서 예측시장이 가리키던 방향 그대로였습니다. AP 집계 기준 민주당이 하원 228석, 상원 54석(무소속 2명 포함)으로 양원 모두 과반을 넘겼습니다. 공화당 텃밭이던 텍사스 상원까지 내줬다는 보도가 더해지면서 '블루 쓰나미'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판 이유는 선거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가 가져올 것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투자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 매도로 이어졌다는 게 증권가 해석입니다. 어제 글에서 "민주당이 크게 이기면 빅테크 견제가 세질 수 있다"고 적은 걱정이 하루 만에 가격으로 나타난 겁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2조 5,095억 원을 팔았고, 개인이 1조 1,467억 원, 기관이 1조 135억 원을 받아냈습니다.

이유가 하나로 또렷한 하락보다 이유가 뒤섞인 하락이 더 무섭다고 저는 느낍니다. 이날이 딱 그랬습니다. 선거 결과, 규제 걱정, 10월부터 이어진 AI 투자 사이클 불안이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점심 무렵 들어온 한 줄

반등의 계기는 의외의 곳에서 왔습니다. 한국 시간 오후 1시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며 민주당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하겠다"는 조건부 발언을 반복했던 터라, 시장이 가장 꺼리던 시나리오는 결과 불복과 그에 따른 혼란이었습니다. 그 걱정이 걷히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왜 반등했는지 궁금해서 시장을 둘러보니, 생각했던 대로 태양광, 풍력, ESS 같은 친환경 관련주가 앞장서 있었습니다. 민주당 승리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릴 거라는 기대였습니다. 대형주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5.03% 올랐고,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가 9.54%, 에코프로비엠이 10.96% 뛰었습니다. 코스닥은 장중 700선 아래로 밀렸다가 1.50% 오른 714.95로 마감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0.68%, SK하이닉스는 0.14% 내려 간신히 보합 근처에서 끝났습니다.

저는 어제 글에 적은 대로 반도체 ETF를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밤 11시 넘어 미국 프리장을 보니 SK하이닉스가 다시 오전 저점 근처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은 반등하는데 반도체만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급락장에서 공포가 판단을 대신하는 과정은 패닉셀 글에서 다뤘습니다.

 

2016년 11월 9일 밤을 기억하면

선거 날 급락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트럼프가 처음 당선되던 밤, 나스닥 선물은 5% 하한가에 붙었습니다. 그날 밤 "세상 망했다"는 말이 쏟아졌지만, 그 뒤 몇 년 동안 미국 증시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는 길게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선거는 하루 이틀의 변동성을 만들지만, 그 뒤 시장을 움직이는 건 결국 기업이 돈을 버는 속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은 "민주당 수혜주로 옮겨야 하나"입니다. 솔직히 흔들립니다. 그런데 2차전지가 선거 당일 하루에 5~11% 뛰었다는 건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제 글에서 확인했듯 ESS 세액공제는 공화당 감세법에서도 살아남았으니, 정책이 바뀌어서 갑자기 생기는 수혜라기보다 원래 가던 길에 속도가 붙는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급등 다음 날 쫓아 사는 것보다 조정을 기다리는 쪽이 제 성향에는 맞습니다.

반도체 쪽은 반대로, 오늘 반등에서 뒤처진 데다 밤에 다시 밀리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10월부터 정말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면 중단되는 게 아니라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도 있고, 이 흔들림은 선거보다 10월부터 이어진 AI 투자 사이클 논쟁의 연장선에 가깝습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지금 팔고 싶은 게 공포 때문인가, 근거 때문인가.' 오늘은 공포 쪽이었고,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장중 400포인트가 넘게 오르내린 하루였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의 변동성은 어마어마했고, 개미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선거가 바꾼 건 시장의 방향이 아니라 하루치 심박수였습니다. 반도체는 그대로 두고, 2차전지는 조정이 오면 다시 보고, 선거 결과보다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와 빅테크의 전력 계약 뉴스를 챙겨 볼 생각입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닌 개인 경험과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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