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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30년 지수 1,000 아래, 시장은 50배 커졌는데 제자리인 이유

binari 2026. 10. 17. 23:31

1,000에서 시작한 지수가 30년 뒤 794.78. 코스닥 이야기입니다. 1996년 7월 개장 때 기준값을 지금 방식으로 환산하면 1,000인데, 10월 16일 코스닥은 800선 아래에서 마감했습니다. 그 사이 상장사는 341개에서 1,700개 넘게 늘었고, 시가총액은 8조 5,054억 원에서 470조 원대로 50배 넘게 커졌습니다. 기업은 분명히 자랐는데 지수는 출발선 아래라니, 처음 이 숫자를 제대로 마주했을 때 한동안 멍했습니다.



시장은 50배 커졌는데 지수는 왜 그대로일까

처음 코스닥에 투자할 때 저는 "좋은 기업만 고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적도 보고 나름대로 공부해서 골랐는데, 주가가 기업 가치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땐 운이 없나 보다 했는데, 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들여다보고 나서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알았습니다.

먼저 알아둘 게 있습니다. 주가지수는 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처럼 주식 수가 바뀌는 일이 생기면 지수가 그 때문에 튀지 않도록 기준값을 조정합니다. 그래서 새로 상장한 회사는 들어오는 순간엔 지수를 움직이지 않고, 그 뒤 주가가 오르내리는 만큼만 반영됩니다. 시가총액이 50배 커져도 그 대부분이 새 상장과 새 주식 발행으로 늘어난 거라면 지수는 그대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지수가 오히려 뒤로 갔을까요. 원인은 여러 겹입니다.

첫째, 출발점이 거품 직전이었습니다. 코스닥은 2000년 3월 닷컴 열풍 때 지금 기준으로 2,800선까지 치솟았다가 그해 말 500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그때 쏟아진 테마주가 대거 상장폐지되면서 남긴 손실이 지수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둘째, 잘 큰 회사는 떠났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처럼 코스닥에서 덩치를 키운 대표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 갔습니다. 우등생이 졸업할 때마다 반 평균이 내려가는 셈입니다.

셋째, 기존 주주의 몫이 계속 묽어졌습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주식 수를 늘리거나, 알짜 사업부를 쪼개 따로 상장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모회사가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떼어낸 뒤 그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선 가장 매력적인 사업을 간접적으로만 들고 있게 되는 구조라 모회사 주가가 눌리기 쉽습니다. 시가총액은 늘었는데 기존 주식 가격은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실적 좋아 보이는 종목을 골라도 주가가 가치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느꼈던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배구조로 돌아온다

코스닥에서 몇 번 쓴맛을 본 뒤 한동안 국내 지수 ETF로 갈아탔습니다. 그런데 미국 S&P500 ETF를 들고 있을 때와 달리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파고들다 보니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벽에 닿았습니다. 비슷하게 돈을 버는 해외 기업보다 한국 기업이 낮은 PER, 즉 이익 대비 낮은 값에 거래되는 현상입니다.

그 뿌리로는 지배구조가 꼽힙니다. 회사의 의사결정 권한이 지배주주 한 곳에 쏠려 있으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이익을 모든 주주에게 나누기보다 회사 안에 쌓아두거나 새 법인을 세우는 쪽이 지배주주에게 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피라미드처럼 지주회사 아래 중간 지주사를 겹겹이 두면 적은 지분으로도 넓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배권이 넘어갈 때조차 일반 주주가 차별받을 뻔한 사례는 의무공개매수 글에서 다뤘습니다.

직접 종목을 골라 보면 실적 대비 싼 기업은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할인이 풀리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거나 아예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쩌다 제값을 찾아가나 싶으면 이미 너무 올라 들어갈 타이밍을 놓쳤고요. 이걸 몇 번 반복하고 나서, 코스닥 개별 종목은 적어도 저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제도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년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까지 챙겨야 하는 충실의무가 생겼고, 8월에는 대기업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이어졌습니다. 올해 2월 25일에는 새로 사들인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는 3차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코스닥도 올해 1월 1,000선을 되찾고 4월에는 장중 1,229까지 올랐다가 다시 밀려났으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저는 이 방향이 맞다고 보는 쪽입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재계는 이사의 책임이 넓어지면 소송 부담 때문에 과감한 투자 결정이 어려워지고,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쓸 길이 막힌다고 우려합니다. 결국 법이 실제로 지배주주의 셈법을 바꿔놓는지가 관건입니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게 지배주주 자신에게도 이득인 구조가 되기 전까지는, 코스닥 지수 자체에 기대는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컸고 시장도 커졌는데 그 과실이 일반 주주에게 흘러오지 못한 30년. 이걸 모르던 시절 저는 코스닥 변동성만 보고 여러 번 매매했고,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만 있었지 이유는 몰랐습니다. 지금은 코스닥이든 한국 시장이든 종목을 볼 때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가장 먼저 봅니다. 사업보고서에서 계열사 현황과 분할 이력을 한 번만 훑어봐도 많은 게 보입니다. 구조가 바뀌는 날이 오면 한국 지수도 기업의 성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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