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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57% 폭락, CPI보다 무서웠던 코어위브 신용 위기

binari 2026. 10. 18. 22:34

-7.57%. 10월 15일 코스피 하락률입니다. 장 시작 직후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리며 5,554.22로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9.48%, SK하이닉스는 11.06% 빠졌고 외국인은 하루에 3조 6,000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그날 저는 이유를 전혀 몰랐습니다. 두 회사가 나란히 무너지는 화면을 보며 "도대체 왜?"만 반복했습니다. 며칠에 걸쳐 조각을 맞춰 보니, 물가 지표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되는 훨씬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방아쇠는 물가였지만 총알은 따로 있었다

전날 밤, 한국 시간으로 10월 14일 밤 9시 30분에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왔습니다. 전년 대비 3.7%로 예상치 3.6%를 0.1%포인트 웃돌았습니다. CPI는 소비자가 사는 물건과 서비스 가격의 변화를 재는 지표라 연준의 금리 결정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발표 직후 국채 금리가 뛰었고, 저도 처음엔 "이게 빌미가 됐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 차트에서 금리는 장중에 슬금슬금 되돌아와 긴 윗꼬리를 남겼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엔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이건 다르게 읽어야 했습니다. 위험자산을 피해 채권으로 돈이 몰리면서 금리가 눌린 쪽에 가까웠습니다. 물가는 방아쇠였을 뿐, 시장을 진짜 짓누른 건 심리였고, 그 뒤에는 훨씬 구조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익은 넘치는데 돈이 모자라다

이번 일을 정리하며 가장 많이 접한 말이 '자본 부족'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머리가 멈췄습니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역대급 실적을 내는데 돈이 모자라다니요.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이미 5월에 "지금 세상은 전력, 컴퓨팅, 메모리까지 모든 게 부족하다"고 했는데, 가을 들어서는 그 목록에 '돈'이 추가된 분위기였습니다.

핵심은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의 차이입니다. 빅테크와 AI 인프라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쏟는 돈은 공급 기업의 매출과 이익으로 잡히지만, 투자하는 쪽에서는 현금이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이익은 쌓이는데 쓸 수 있는 현금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 원리는 AI 설비투자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돈이 모자랄 때 시장이 풀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두 가지입니다. 돈을 더 공급하거나, 가장 약한 빚쟁이를 정리하거나. 이번에 시장이 어느 쪽을 걱정했는지는 코어위브를 보면 보입니다.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된 코어위브

코어위브는 빌린 돈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지어 온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입니다. 10월 14일 이 회사 주가는 하루에 약 13% 빠졌고, 2032년 만기 무담보채권 가격은 액면 100달러당 79.5달러까지 밀려 수익률이 15%를 넘었습니다.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보험료 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0월 15일 1,194.5bp, 연 11.9%로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이 수준이면 시장이 앞으로 5년 안에 부도가 날 확률을 60% 넘게 반영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저는 이게 한 회사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코어위브 같은 곳이 흔들리면 데이터센터를 짓는 속도 자체가 꺾일 수 있고, 그 충격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공급망 끝의 메모리입니다. 미국의 거대한 데이터센터 공사가 식으면 미국 경기가 아래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같은 맥락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유독 세게 맞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앞으로 돈이 흘러 들어올 상류가 막힐 수 있다는 걱정이 먼저 가격에 들어간 겁니다. 저도 반도체를 들고 있었기에 뼈아프게 느꼈습니다. 서버와 CPU 쪽 종목까지 함께 흔들린 걸 보면, 특정 업종보다 시장 전체의 심리가 얼어붙은 날이었습니다.

급락 전날 FT는 Anthropic이 투자자들에게 3분기 매출 168억 달러를 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직전 분기보다 45% 늘었지만 성장 속도는 앞선 분기보다 느려졌습니다. AI 기업 하나가 아무리 잘 벌어도 코어위브 같은 취약한 고리의 빚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는 없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10월 15일의 급락은 물가 지표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손실을 보면서 뒤늦게 맞춘 그림은, AI 인프라를 키울 돈이 빠듯해지고 있고 그 압박이 코어위브 같은 가장 약한 고리에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포지션을 어떻게 할지보다, 코어위브의 자금 조달 소식과 신용 시장의 흐름을 먼저 지켜보려 합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사이드카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업데이트(10월 27일): 코어위브 CDS 프리미엄은 1주일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신용 시장의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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