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성적표만 보면 코스피는 3.25% 올랐습니다. 10월 23일 5,550.30에서 30일 5,730.74로 180포인트 넘게 오른 한 주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를 '오른 주'로 기억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28일 점심에 계좌를 열었다가 하루 만에 6% 넘게 오른 지수를 보고 괜히 들떴고, 30일 아침에는 매도 사이드카 알림을 보며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급등과 급락을 닷새 안에 다 겪고 나서, 숫자를 한 발 떨어져서 다시 봤습니다.
이틀 오르고 이틀 내린 닷새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틀 크게 오르고 이틀 크게 내렸는데, 오른 폭이 조금 더 컸다"입니다. 26일 5,469.47까지 밀렸던 지수는 27일 3.09%, 28일 6.63% 뛰며 6,012.44로 10거래일 만에 6,000선을 되찾았습니다. 이틀 새 10%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전날 밤 미국 반도체주가 살아났고,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발표와 삼성전자 실적 기대가 겹치며 두 회사가 하루에 9~11%씩 올랐습니다.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바뀌었습니다. 29일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에도 4.13% 빠지며 지수는 6,000선을 내줬고, 30일에는 오전 10시 4분 올해 28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습니다. 장중 5,599.42까지 밀렸다가 기관 매수로 낙폭을 줄여 3.48% 하락 마감했습니다. 금요일 종가는 수요일 고점보다 4.69% 낮았습니다. 주간 숫자는 플러스인데 체감이 하락장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사이드카가 어떤 장치인지는 사이드카 글에 정리했습니다.
코스닥은 더 아팠습니다. 26일과 30일에 각각 3% 넘게 빠지며 주간 3.63% 내렸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334.3원으로 한 주 동안 9.7원 올랐는데, 28일 하루에만 14원이 뛰었습니다.
이번 주도 방향을 쥔 건 외국인이었습니다. 27~28일 이틀 동안 1조 3,000억 원가량을 샀다가 30일 하루에 1조 6,000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개인은 급등한 이틀 동안 2조 6,000억 원 넘게 차익을 챙기고 급락한 30일에 5,800억 원 가까이 다시 샀습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그림이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날짜별 지수와 투자자별 매매 표는 네이버 블로그 주간 정리에 따로 올려 두었습니다.
많이 버는데 왜 주가는 빠질까
이번 주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입니다. 28일 반도체 두 종목이 급등할 땐 "드디어 방향을 잡았나" 싶었는데, 다음 날 삼성전자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거꾸로 가는 걸 보며 시장이 보는 곳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삼성전자는 분기 매출 195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겼고, 주당 4,601원의 분기 배당도 정했습니다. 숫자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실망은 남은 주주환원 55조~75조 원을 어떻게 쓸지가 내년 1월 말로 미뤄진 데서 나왔습니다. 전날 급등에 먼저 들어간 기대가 그대로 빠져나간 겁니다. 그 이유와 보통주 소각이 쉽지 않은 구조는 삼성전자 실적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미국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매출이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는데도 29일(현지시간) 하루에 12.64% 빠졌습니다. 검색 광고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AI 투자 때문에 잉여현금흐름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기 때문입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뺀 돈, 말하자면 회사가 정말로 손에 쥐는 현금입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는 기대를 넘었지만 설비투자 부담이 부각되며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에서 크게 밀렸습니다.
제 잠정 결론은 이렇습니다. 빅테크가 AI 투자를 줄인 게 아니라, 이익이 느는 속도보다 투자가 느는 속도가 더 빠르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채우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시장은 "많이 사줘서 반도체 실적이 좋다"가 아니라 "이 투자가 언제 이익으로 돌아오냐"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30일 SK하이닉스가 7.08%, 삼성전기가 7.50% 빠진 것도 그 물음표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장부 이익과 현금의 차이는 AI 설비투자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11월 첫 주에 볼 것들
다음 주 출발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나스닥이 2.86%, S&P500이 1.82%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0% 급락했습니다. 인텔이 PC용 칩 매출 부진에 28.58% 폭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메모리 회사들이 AI용 HBM에 생산을 몰면서 PC용 칩 가격이 오른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반도체 비중이 큰 코스피가 11월 2일 이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첫 관전 포인트입니다.
금리 쪽도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 FOMC는 기준금리를 3.75~4.00%로 동결했지만 12명 중 2명은 인상을 주장했고, 시장은 12월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75~80% 안팎으로 봅니다. 환율이 1,330원대에서 잘 내려오지 않는 배경입니다. 11월 6일(현지시간) 나오는 미국 10월 고용보고서가 12월 결정을 가를 첫 지표입니다. 이번 주말 서머타임이 끝나 다음 주부터 뉴욕장은 한국 시간 밤 11시 30분에 열린다는 점도 챙겨 두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신경 쓰이는 건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입니다. 증권가에선 선거가 끝나면 외국인 수급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저는 이번엔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예전 반도체 사이클이라면 메모리 가격이 꺾이고 나서 주가가 빠졌을 텐데, 메모리 가격은 아직 버티는데 주가가 먼저 흔들린다는 점이 더 답답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현금 비중을 유지하면서 11월 10일 미국 CPI와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실적까지 지켜보려 합니다.
이번 주 가장 크게 느낀 건, 시장이 "얼마나 벌었나"보다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나"를 훨씬 빠르고 냉정하게 가격에 넣는다는 점입니다. 107조 원을 번 삼성전자도, 클라우드를 두 배로 키운 알파벳도 그 질문 앞에서는 미끄러졌습니다. 돌아보면 급등한 날 더 사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고, 급락한 날 팔지 않은 게 다행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다음 주를 현금을 들고 지켜보실 건가요, 아니면 이번 급락을 나눠 살 기회로 보실 건가요. 특정 종목이나 지수 매매를 권하는 글이 아닌 개인 공부와 정보 공유 목적의 글입니다.
참고한 자료
- 일별 지수·환율·투자자별 매매: 한국거래소, 증권사 앱(10월 31일 확인), 네이버 블로그 정리
- 삼성전자 3분기 실적과 주가: 한국경제 (2026.10.29)
- 알파벳 3분기 실적과 주가: 글로벌이코노믹 (2026.10.30)
- 10월 30일 뉴욕증시와 인텔·아마존: 서울경제 (2026.10.31)
- FOMC 일정과 결정: 미국 연방준비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