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만에 계좌에서 몇백만 원이 사라졌습니다. 11월 5일 코스피는 5.28% 빠진 5,383.80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9.46%, 삼성전자는 7.57% 내렸습니다. 외국인은 하루에 3조 3,900억 원을 팔았습니다. 어제 "밤에 반도체만 다시 밀린다"고 쓴 걱정이 오늘 아침 그대로 터진 겁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미국 의회를 잡은 민주당이 AI 데이터센터 규제를 강화할 거라는 공포. 그 공포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저는 뭘 했는지 적어 둡니다.
점심에 열어 본 계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미국장을 한 번 보고 출근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나게 내려꽂고 있었는데, 일하느라 못 보다가 점심때 열어 보니 그냥 나락이었습니다. 몇백만 원이 반나절 만에 사라져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일에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계속 같은 생각이 돌았습니다.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새 의회가 문을 여는 건 내년 1월입니다. 그리고 의회를 민주당이 잡았어도 백악관에는 아직 트럼프가 있으니, 규제법이 나와도 거부권에 막히는 대치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건 잠깐의 노이즈일 거라고, 오히려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일단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밤 11시 반, 미국장에서 반도체가 다시 박살나는 걸 보고 있자니 잘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노이즈가 맞는 것 같은데 감정은 그렇지 않다는 게, 후.
공포와 현실 사이의 거리
감정을 잠깐 내려놓고, 시장이 무서워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나란히 놓아 봤습니다.
| 시장의 공포 | 확인되는 현실 |
| 민주당이 AI 데이터센터 규제법을 통과시킨다 | 새 의회는 내년 1월 3일 개원. 상원 54석은 필리버스터를 넘는 60석에 못 미치고,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으려면 양원 3분의 2가 필요 |
| 데이터센터 투자가 멈추고 메모리 수요가 꺾인다 | 2027년 공급분은 이미 착공. 영향이 있어도 2028년 착공분부터라는 분석. 연방 규제가 어려우면 전력요금 인상이나 지역 인허가 제한 같은 우회로 가능성 |
| 반도체는 민주당 승리의 피해주 | 대신증권은 오히려 반도체·전력기기·2차전지·태양광을 수혜 업종으로 분류. 다만 행정부는 트럼프가 쥐고 있어 새 보조금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서 |
증권가의 큰 그림은 "미국의 AI 투자가 급격히 꺾이진 않을 것"입니다. 규제가 생겨도 전국 단위보다는 지역마다 다르게, 기업마다 비용 차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쪽입니다. 제가 점심에 했던 생각과 대체로 같은 방향이라 조금은 안심이 됐습니다. 물론 외국인이 하루에 3조 원 넘게 판 건 그들 눈에는 아직 이게 노이즈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간격이 메워지기 전까지 주가는 계속 흔들릴 겁니다.
하나 짚어 둘 건, 이 공포가 선거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10월 중순 코어위브 신용 위기부터 빅테크 현금흐름 논쟁까지, 반도체는 한 달 넘게 "이 투자가 언제 이익으로 돌아오냐"는 질문에 시달려 왔습니다. 선거는 그 위에 불을 붙인 성냥에 가깝습니다. 그 흐름은 10월 조정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버틴 게 맞는지는 아직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참은 게 옳았는지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내일 더 빠지면 "왜 안 팔았나"가 될 거고, 반등하면 "잘 버텼다"가 될 겁니다. 결과로 판단하면 매번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결과 대신 이유를 봅니다. 오늘 팔고 싶었던 이유는 "계좌가 녹는 걸 보기 힘들어서"였고, 들고 있는 이유는 "의회 일정과 거부권 구조상 규제가 당장 현실이 되기 어려워서"였습니다. 앞은 감정이고 뒤는 근거입니다. 근거가 바뀌면 팔 생각이지만, 오늘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전에 패닉셀 글에서 "흔들리는 순간에 바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문장을 실제로 지키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계좌 앞에서 버티는 것 사이의 거리를 오늘 몸으로 쟀습니다.
힘든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챙겼습니다. 공포가 가격을 움직이는 날, 그 공포의 근거를 표로 적어 두면 적어도 감정이 혼자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는 것. 내일 장이 어떻게 열리든 이 표부터 다시 볼 생각입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닌 개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11월 5일 마감 수치와 증권가 분석은 한국경제TV(2026.11.5), 의석 수는 AP 집계(11월 4일 기준)를 참고했습니다. 의회 개원일과 필리버스터·거부권 요건은 미국 헌법과 상원 규칙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