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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인생 33년, 개별주 손실 끝에 지수 ETF로

binari 2026. 10. 23. 23:22

평생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은 기간은 몇 년쯤 될까요? 저는 꽤 오랫동안 이런 질문 없이 "그냥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별 주식 몇 종목에서 크게 잃고 나서야 은퇴 이후를 진짜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33년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짧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흑자 인생은 28세에 시작해 60세에 끝난다

경제학에는 사람의 일생을 소득과 소비의 흐름으로 보는 생애주기 가설이 있습니다. 젊을 때 모아서 나이 들어 쓴다는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랑코 모딜리아니가 정리했습니다.

이걸 실제 한국인 숫자로 보여주는 통계가 국가데이터처의 국민이전계정입니다. 9월 17일 발표된 2024년 기준 자료를 보면, 한국인은 16세에 1인당 4,604만 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냅니다. 교육비가 몰리는 시기입니다. 28세에 흑자로 돌아서고, 45세에 노동소득이 4,651만 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때 흑자도 1,932만 원에 이릅니다. 그리고 61세부터 다시 적자입니다. 적자로 돌아서는 나이는 2010년 56세에서 61세로 5년 늦춰졌습니다. 은퇴 뒤에도 일하는 사람이 늘어서입니다. 그래도 흑자 구간은 28세부터 60세까지, 33년이 전부입니다.

제 상황에 직접 대입해봤더니 이 33년은 더 짧았습니다. 결혼, 육아, 집 마련 같은 큰 지출이 그 안에 겹치면 실제로 자산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훨씬 줄어듭니다. 이 구간을 투자의 전반전이라고 하면, 전반전에 최대한 쌓아야 후반전을 버틸 수 있다는 논리는 단순하지만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전반전이라는 말을 개인한테만 쓰면 되는 줄 알았다가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AI와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의 노동이 소득을 만드는 시대 자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시각이 있거든요. 이를 '인류의 전반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저는 이 표현이 꽤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AI가 새 일자리를 만들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노동 말고 자본이 대신 벌어주는 구조를 흑자 구간 안에 만들어두는 게 불리할 일은 없다고 봅니다.

 

개별주에서 잃고 지수로 옮긴 이유

한때는 개별 종목 분석에 꽤 자신이 있었습니다. 실적 자료도 찾아보고 뉴스도 매일 챙겼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국내 주식에서 연속으로 손실이 났고, 포모(나만 놓칠 것 같은 불안)에 끌려 급하게 들어간 종목들은 예외 없이 물렸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개별 종목을 제대로 분석할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시장 평균을 이기려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 이건 제 느낌만이 아닙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의 SPIVA 보고서(2026년 6월 말 기준)를 보면,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 가운데 15년 동안 S&P 500을 이기지 못한 비율이 90.49%, 20년으로 늘리면 92.61%입니다. 전문가 열 명 중 아홉 명이 지수를 못 따라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S&P 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ETF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연금저축, IRP, ISA 같은 절세 계좌에 담으면 세금으로 새는 돈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지루하고, 눈앞에서 크게 오르는 종목을 보면서 참아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큽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유혹을 이겨내는 게 투자 기술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고수가 아니라면, 짧은 흑자 구간 안에 꾸준히 쌓는 데 지수 ETF만큼 현실적인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60세면 이미 늦은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2024년 생명표 기준으로 60세 남성은 평균 23.7년, 여성은 28.4년을 더 삽니다. 55세 노후 준비를 다룬 글에서도 썼듯이, 넣는 기간은 짧아도 돈이 굴러가는 기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다만 60세 이후엔 무리하게 수익을 쫓기보다, 쌓인 자산을 지키면서 잘 꺼내 쓰는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채권 비중을 늘리는 자산 배분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투자를 미루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아직 공부가 덜 돼서"입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준비된 투자자는 없습니다. 저도 잃으면서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중입니다. 전반전이 아직 남아 있다면, 쓰고 남는 돈을 오늘 시장에 연결해 두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제 경험을 나눈 글이고, 생애주기라는 틀은 이 영상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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