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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AI주가 하락, 거품보다 2,000억 달러 자금 조달이 원인일까

binari 2026. 11. 2. 22:32

인텔이 하루에 28% 넘게 빠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밤, 머릿속에는 "이거 AI 버블 터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10월 한 달이 이렇게 악몽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차트를 다시 들여다보니, 이번 하락은 AI에 대한 믿음이 꺼져서라기보다 전혀 다른 이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과,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함께 정리해 봅니다.



체감보다는 덜 무너졌다

10월은 빅테크 실적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출렁인 한 달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숫자로 돌아보면 체감만큼 극단적이진 않았습니다. 코스피는 마지막 주에 롤러코스터를 타고도 주간으로 3.25% 올랐고, 아마존은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에서 6%대까지 밀렸다가 다음 날 정규장에서는 1%대 하락으로 막았습니다. 오늘 11월 첫 거래일 분위기도 생각보다는 괜찮게 열렸습니다.

장기 추세를 볼 때 많이 쓰는 게 200일 이동평균선입니다. 최근 200거래일의 평균 주가를 이은 선으로, 주가가 이 선 위에 있으면 큰 흐름은 아직 살아 있다고 봅니다. 2025년 4월 관세 충격 때 S&P500은 이 선을 크게 깨고 내려갔다가 몇 달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이번 10월에는 S&P500이 아직 그 근처에서 버티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반도체 ETF는 200일선을 잠깐 깨고 내려왔고, 나스닥도 그동안 오가던 범위의 아래쪽을 벗어났으니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닙니다.

바깥 환경도 좋지 않았습니다. 유가는 오르고, 안전자산이라는 금값마저 빠졌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사둔 주식과 빌려서 판 주식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디레버리징, 즉 빚을 줄이려고 포지션 전체를 강제로 줄이는 움직임이 나왔다는 정황도 있었습니다. 이런 청산은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많이 오른 종목부터 팔기 때문에, 하락폭을 실제보다 크게 만듭니다.

 

새 AI에 투자하려고 옛 AI를 팔았을까

처음엔 저도 인텔과 구글 실적이 나빠서 AI 기대가 꺾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나온 자금 조달 뉴스들을 모아 보니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메타는 최대 950억 달러어치 주식을 새로 찍어 팔기로 했고, 스페이스X는 AI 칩을 사기 위해 400억 달러를 빌렸습니다. Anthropic은 연내 상장으로 1,000억 달러 넘게 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이퍼스케일러, 즉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굴리는 빅테크와 AI 기업들이 한꺼번에 시장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셈입니다. 이것만 더해도 2,000억 달러를 훌쩍 넘습니다. 지난 6월 스페이스X가 상장하며 860억 달러를 모았을 때도 시장이 휘청였던 걸 떠올리면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AI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게 아니라, 새 AI 투자에 들어갈 현금을 마련하려고 기존 AI 주식을 판 것"이라는 가설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저는 아직 다 납득되지 않습니다. 자금을 모으는 방법은 주식 발행만이 아닙니다. 회사채, GPU를 담보로 한 대출, 전략적 투자 유치처럼 길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수익이 기대되는 기존 AI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데이터를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용 시장에서도 경고음은 있었습니다. 기업이 빚을 못 갚을 때를 대비한 보험료 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여름 오라클은 18년 만의 최고치, 엔비디아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에 투자하고 그 돈이 다시 엔비디아 칩 구매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에 대한 걱정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런 빚과 자금 조달의 긴장이 실제로 터진 장면은 코어위브 글에서 다뤘습니다.

 

맞히는 것보다 버티는 구조

이번 조정을 겪으며 가장 와닿은 관점은 "구글 같은 공룡도 흔들 만큼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실적이 무너진 건 AI 자체보다 AI 때문에 기존 사업이 흔들린 쪽이었습니다. 이 구조는 해자 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Anthropic은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2021년에 세운 회사로, 아마존과 구글이 큰 투자자입니다. 이 회사의 상장을 두고는 스페이스X 때처럼 기존 상장 주식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될 거라는 걱정도 나옵니다. 모바일 혁명이 20조 달러의 부를 만들었다면 AI는 40조~60조 달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런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언제 어떻게 올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10월에서 가장 실용적인 교훈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큰 사이클에서는 주가가 빠지는 것보다 중간에 쫓겨나는 게 훨씬 치명적입니다. 2022년 하락장 때 AI 관련 주식을 모두 정리했던 지인이 이후 반등장에서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빚을 끼지 않고, 조정이 와도 억지로 팔지 않아도 되는 비중으로 들고 있는 것. 이번에 몸으로 배운 건 분석 기술보다 이 비중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10월 조정이 남긴 질문은 "AI가 끝났나"가 아니라 "나는 버틸 수 있는 구조로 들어가 있나"였습니다. 금리 부담, 빅테크의 자금 조달 경쟁, 헤지펀드 청산이 한꺼번에 맞물린 한 달이었지만, AI의 방향 자체가 꺾였다는 근거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Anthropic 상장과 11월 자금 흐름을 지켜보면서, 비중을 늘리기보다 지금 들고 있는 것을 버틸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려 합니다.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닌 개인 경험 공유입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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