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 AI 관련 주식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개인투자자부터 기업, 그리고 국가 단위 부채 문제까지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솔직히 저도 계좌를 열 때마다 '이걸 봐야 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문제는 단순히 가격이 빠진 게 아니라, 레버리지(Leverage)로 쌓인 구조가 단계별로 무너지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레버리지 청산의 3단계 — 지금 어디쯤 와 있나
AI 투자가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를 이해하려면 레버리지(Leverage) 개념부터 짚어야 합니다.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보다 훨씬 큰 금액을 빌려서 투자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적은 돈으로 큰 판을 벌이는 구조인데, 오를 때는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틀어져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제가 경험상 이 레버리지 청산이 무서운 건 '한꺼번에 터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계별로 시차를 두고 터지기 때문에 1막이 끝났다 싶으면 2막이 열리는 식입니다. 이번 조정 국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개인투자자(헤지펀드) 레버리지 청산 — AI 롱(매수)과 미국 국채 숏(공매도)을 동시에 걸었던 포지션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AI 주식 하락, 국채 금리 안정화가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 2단계: AI 기업 레버리지 청산 —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고 인프라를 확장해온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Credit Risk)가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어위브(CoreWeave)가 이 국면의 상징적 사례입니다.
- 3단계 (예정): 미국 정부 부채 문제 —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 내년 초 4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이 부분이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켓 리스크(Market Risk)와 크레딧 리스크(Credit Risk)의 차이를 구분해야 합니다. 마켓 리스크는 가격이 빠져서 평가손이 나는 문제고, 크레딧 리스크는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실제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 즉 부도 리스크입니다. 후자가 훨씬 무게감이 다릅니다. 제 경험상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AI 끝났다'는 말이 쏟아지는데, 그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 주도 솔직히 저도 꽤 흔들렸습니다.
다만 3단계가 오더라도 미국 정부 부채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 규모가 무너지면 단순히 한두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출처: U.S. Treasury Fiscal Data).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
이번 조정에서 제가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은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였습니다. CPI란 일반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중앙은행이 금리 방향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수치입니다. 이번에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물가 안정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러지?'라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시장을 덮었습니다.
물가를 자극하는 원인이 두 가지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진정되겠지'라는 시각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기저효과(Base Effect, YoY 비교)입니다. 기저효과란 1년 전 가격 수준이 높았다면 이후 가격이 오르더라도 상승률이 낮아 보이는 통계적 현상입니다. 올해 초 유가가 50달러대였다가 이후 100달러를 넘었으니, 내년 초에는 같은 수준의 유가를 비교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진정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쪽의 논거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운임비(Freight Cost)가 함께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임비란 화물을 선박으로 운송할 때 발생하는 비용으로, 유가와 직결되지만 유가가 안정돼도 항로 우회 등의 이유로 별도로 오를 수 있습니다. 유가도 오르고 운임비도 오르면 원자재부터 식품·공산품 가격까지 전방위로 물가를 밀어 올립니다.
제가 보기에 이 두 시각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내년 1~2월 CPI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온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오히려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레버리지 3단계가 예상보다 빨리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지금 가장 불확실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 CPI).
21세기 얄타 회담 — 강대국 셋이 짜는 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 주 흥미로운 표현을 꺼냈습니다. '21세기 얄타 회담'이라는 말입니다. 얄타 회담이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미국·영국·소련 3국 정상이 독일 패전 이후의 세계 질서를 당사국 없이 자기들끼리 결정한 회담을 가리킵니다. 강대국들이 모여 다른 나라의 운명을 정해버린 그 구도가 지금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미국 트럼프가 테이블에 앉아 우크라이나 문제를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논의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란 문제까지 패키지로 다룰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강대국들이 약소국 운명을 도로 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윤리적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 형성되면 오히려 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입니다. 힘의 균형이란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패권을 가지기보다 여러 강대국이 세력권을 나눠 갖는 구조가 역설적으로 전쟁 억지력을 높인다는 국제정치학적 개념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 '맞다, 틀리다' 판단하기보다는 투자자 입장에서 이것이 현실로 진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먼저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러우전쟁과 미이란 갈등이 실제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다면, 유가 안정과 운임비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게 인플레이션 완화, 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AI 주식 반등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그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깔끔하게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요.
AI 펀더멘탈은 살아있다 — 그래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렇게 거시적 불확실성이 가득한 한 주였는데, 막상 기업 실적을 들여다보면 AI 펀더멘탈(Fundamental)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탈이란 기업의 실제 수익 구조와 성장 가능성 등 본질적인 가치를 뜻합니다. 가격이 흔들려도 이 근본 체력이 살아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스페이스X의 경우, 우주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AI 관련 매출이 전체의 52%를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올해 10GW에서 내년 13GW로 확대 계획이 발표됐고, 데이터센터 투자 회수 기간이 빠르면 6개월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이 숫자들만 보면 AI 사이클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이번에 가장 크게 배운 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느껴질 때 추격 매수는 정말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FOMO란 '나만 소외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고점 근처에서 매수하는 심리를 뜻합니다. 이번 달 전체적으로 고통받은 분들 상당수가 AI가 계속 오르던 시기에 불안함에 못 이겨 들어간 경우였을 것입니다. 저도 그 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으니까요.
AI가 끝난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털리는 과정이 진행 중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저는 현재로서는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전쟁 변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반등을 기대하며 무리하게 포지션을 늘리는 건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주식 지금 다 팔아야 하나요?
A. 'AI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현재 조정이 레버리지 청산 과정이지 AI 사이클 자체의 붕괴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변수와 전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자신의 레버리지 비중과 평균 단가를 먼저 점검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전량 매도보다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Q. 코어위브(CoreWeave)가 왜 이슈가 되는 건가요?
A. 코어위브는 AI 인프라(GPU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활용해 빠르게 확장한 기업입니다. 이처럼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한 기업은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시장이 흔들리면 크레딧 리스크(신용 리스크)가 부각됩니다. 개인투자자의 마진콜처럼, 기업 버전의 레버리지 청산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유가가 내려야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는 건데,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있나요?
A. 전쟁 종식 시점을 예측하는 건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 미국·러시아·중국 3국이 우크라이나 협상 테이블을 논의한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어, 전쟁이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서 유가가 즉각 반응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Q. 미국 정부 부채 문제는 언제쯤 터질 수 있나요?
A. 내년 1~2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고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 부채는 규모 자체가 너무 커서 '그냥 무너지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리스크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조정은 레버리지 청산이라는 구조적 과정의 2단계에 해당하고, 3단계 정부 부채 리스크는 아직 메인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유가와 운임비 상승으로 재점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쟁 변수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AI 주식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단순합니다. 하루빨리 러우전쟁과 중동 갈등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유가와 운임비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둔화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입니다. 그 흐름이 확인되면 AI 투자 사이클에 다시 탄력이 붙을 거라 봅니다. 그때까지는 레버리지를 줄이고, 포모 심리를 경계하며, 기업 펀더멘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