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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위브 신용 위기, AI 버블일까 수요 과소평가일까

binari 2026. 10. 19. 22:32

6거래일 만에 20%. 10월 15일까지 코스피가 빠진 폭입니다. 그 열흘 남짓 동안 AI 반도체 중심이던 제 포트폴리오는 역대급으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코어위브라는 회사 하나의 빚 문제가 AI 생태계 전체를 흔들었고, 저는 그 한가운데서 "이게 진짜 버블 붕괴의 시작인가"를 수없이 되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으려고 두 가지를 따로 떼어 봤습니다. 이번 위기가 어떤 종류의 위험인지, 그리고 AI 수요 자체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입니다.



주가 문제가 아니라 빚 문제라서 더 무섭다

이번 하락이 유독 아팠던 건 성격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앞서 오라클 이슈 때는 주가가 빠져 평가손이 나는 시장 위험이었습니다. 기분은 나빠도 결국 내 투자 판단의 결과로 끝나는 문제입니다. 이번 핵심은 신용 위험, 즉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었습니다. 빚이 얽히면 빌려준 쪽과 빌린 쪽 사이에 책임 공방이 붙고, 정리하는 데도 훨씬 오래 걸립니다.

그 신호가 코어위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었습니다. 회사가 부도날 때를 대비한 보험료 격인데, 10월 15일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아 시장이 부도 가능성을 실제 가격에 넣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숫자와 당일 상황은 전날 글에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더 무서운 건 코어위브 혼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코어위브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메타를 고객으로 두고, 엔비디아를 주요 공급사이자 투자자로 둔 GPU 클라우드 회사입니다. 이런 핵심 연결고리가 흔들리면 GPU 공급 계약, 대출해 준 금융회사,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습니다. 이 구조를 처음 그려 봤을 때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연결성 때문에 이 문제를 방치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결국 누군가 코어위브의 빚을 보증하거나 자본을 넣어주는 신용 보강에 나서야 시장이 진정됩니다. "괜찮다"는 말로 해결될 단계는 이미 지났고, 실제 돈이나 보증이 들어와야 불신이 가라앉을 겁니다.

 

역사상 가장 큰 투자 붐, 분모를 바꾸면

이번 하락장에서 화제가 된 자료가 브루킹스연구소에 실린 컬럼비아대 스테인 반 니우어뷔르흐 교수의 논문입니다. 2025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투자가 10조 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고, 이는 해마다 미국 GDP의 약 3.6%라는 계산입니다. 19세기 철도 붐의 2.2%보다 50%가량 크고, 인터넷 붐(약 1.1%)의 세 배가 넘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투자 붐이자 버블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는 미국 안에서만 돈을 벌려는 투자가 아닙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투자입니다. 그래서 분모를 미국 GDP 대신 중국을 뺀 세계 GDP로 바꿔서 직접 계산해 보면, 비율은 1.1% 안팎으로 내려옵니다. 철도 붐 정점의 절반 수준입니다. 물론 철도는 미국 내수 투자였으니 분모가 달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투자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버블이라고 단정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같은 논문이 정말 경고하는 건 규모보다 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메타의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는 따로 세운 법인이 자산 가치의 약 90%를 빚으로 채웠고, 이런 구조로 조달된 빚이 시장 전체에 1조 4,000억 달러가량 쌓였다고 합니다. 투자 붐이 버블로 바뀌는 지점은 수요가 아니라 빚에서 먼저 올 수 있다는 얘기이고, 코어위브가 정확히 그 지점에 서 있었습니다.

 

혁명 초기의 수요는 늘 과소평가됐다

수요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역사가 보여줍니다. IBM은 1981년 PC를 내놓으며 첫 6개월 동안 1,000대쯤 팔릴 거라고 봤습니다. 실제로는 그해에만 1만 3,000대가 팔렸고, 1983년 말까지 약 50만 대, 1987년까지 IBM 계열 PC는 740만 대가량 팔렸습니다. 아이폰도 2008회계연도 판매량이 1,160만 대였는데 2015회계연도에는 2억 3,100만 대가 됐습니다. 혁명의 초입에서 수요를 작게 본 실수는 반복돼 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예전 메모리 사이클에서도 메모리 가격이 정점일 때 이익이 커져 PER이 오히려 낮아 보였고, 그때 시장은 먼저 빠져나갔습니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되풀이되는 건지, AI 인프라라는 새 수요가 사이클 자체를 바꾼 건지는 아직 증명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섣불리 단정했을 때마다 후회가 따라왔기에, 지금은 판단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위기는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신용 위험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정리 과정은 깔끔하지 않을 거고, 중간중간 "AI는 끝났다"는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저도 이번 주에 그 공포를 실시간으로 겪어 봐서 그게 사람을 얼마나 흔드는지 압니다. 하지만 사라진 건 수요가 아니라 공급망의 한 고리에 대한 신뢰입니다. 앞으로 볼 건 두 가지입니다. 코어위브의 빚을 누가 떠안는지, 그리고 AI 기업들의 실적이 그 투자를 숫자로 증명하는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포지션 크기를 관리하며 지켜보려 합니다.

업데이트(10월 27일): 코어위브 CDS 프리미엄은 1주일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신용 시장의 긴장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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